한 십여년전 이야기야
그때 나는 이런저런 힘든 상황들로 인해
완전 무기력에 빠졌었어
너희들도 가끔 노숙자들을 보면
그런 생각 하지?
몸도 멀쩡한놈이 어디가서
막노동이라도 하지 왜 저러고 사나 하는 그런 생각 말이야
그런대 나는 그 심정 충분히 이해 한다
그건 일종에 정신병 같은거야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
사람도 싫고 움직이기도 싫고 그냥 무기력해
암튼 그때 내가 그랬어
수중에 가진 돈도 없었고 그냥 다 싫더라
그러다가 어느 동네 재개발 지역을 알게되었어
흔히 말하는 달동네야
사람 한명 지나다닐수 있는 골목으로 이루어진
고지대 동네였어
그 동네는 곧 이루어질 재개발로
예를들어 300세대면 군대군대 10여가구만
남고 모두 빈집이 되어버린 그런 동네였어
난 어차피 방 얻을 돈도 없고
그냥 그 달동네 꼭대기 어느집에 들어가서
살게 되었어 그냥 빈집이였지
그때 다니던 작은 회사에 함께 일하던
동생이 있었는대
사적으로 친하지는 않고 그냥 회사 동료 정도의
친분인 동생이 있었는대
그 동생이 자가용이 있었어
그 동생에게 부탁 해서
자동차로 내 소소한 이삿짐을 옮겼지
아까 말한대로 그 동네는
정말 미로 같은 동네야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하는대 그 길이 전부 한사람 지나 다닐수 있는
골목과 계단 이거든
그 동생과 함께 차에서부터 집까지
낑낑대며 살림살이들을 옮겼어
그리고 바로 퇴사를 했지
그때 내가 가진 돈은 퇴사 하고 받은 마지막
월급 백 몇십만원이 전부였어
나는 그 집에 혼자 살면서 직장도 안구하고
그냥 하루종일 빈둥 거렸어
사람들이 떠난 동네라
전기도 가스도 물도 안나오는 그런 집에서
노숙자로 지낸거지
일단 끼니는 부르스타에 라면 이고
가끔 주말이면 깔끔한 옷을 갈아입고
인근 예식장 돌잔치 하는 곳에 가서
뷔페를 먹곤 했어
그리고 물은 통을 들고 인근 건물에 들어가서
몰래 수돗물을 받았다 쓰고
종일 이동네 저동네 배회하다가
밤에는 그 집에서 혼자 촛불 켜놓고
멍하니 있다가 잠들곤 했지
휴대폰도 끊겨서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막장 인생을 살았어
아 맞다 문득 생각이 났는데
그때 부랄 친구중 한명이 일하는곳을 찿아
간적이 있었어 그 친구에게 밥을 얻어먹고
자기집에서 같이 자자고 해서 갔는대
와 진짜 오랜만에 따뜻한 집에 있으니
너무 행복 하더라
밤이 늦어 그 친구는 잠을 자고
나는 간만에 컴퓨터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어 그런대 새벽쯤 그 친구네 엄마가
문을 살짝 열어보시더니
그러시더라
ㅇㅇ 아 너는 남에 집에 와서 그렇게
새벽까지 컴퓨터 켜놓고 뭐하는거니
ㅠㅠ
사실 이거 충분히 하실수 있는 얘기인데
그때 나는 정신상태가 최하 시점일때라
그 말이 너무 서럽고 슬프더라
네 죄송 합니다 하고 컴퓨터 끄고 친구 옆에
누웠는데 괜히 서러워서 눈물이 나더라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고
살금살금 친구 집을 빠져나와서
텅빈 새벽길을 걷는대
그때 되게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어
지금 보면 별것도 아닌대
나는 그때 너무 센치 해져 있었으니까
암튼 그렇게 그 집에서 누구와도 연락을 하지 않고 혼자 노숙자로 한 서너달 살았어
재개발은 시작되어 저 아래 동네부터 서서히
공사가 시작 되더라
그때쯤 마지막 받았던 그 월급도 다 쓰고
빈털털이가 됐을 무렵
너무나도 당연히 자살이 떠오르더라
이렇게 살바에는 죽자
남아있는 얼마간의 돈을 챙기고
동네 약국마다 돌아다니며 수면제를 사모았어
그때는 병원 처방전 시행 전이였거든
수면제를 몇십알 사모았고
몸에 잘 흡수되어 잘 퍼지라고
포카리스웨트도 한병 샀지
죽기전에 맛있는거 먹으려고 혼자 고기집 가서
숯불 갈비도 먹고
그 골목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서
집에 도착 했어
수면제를 잘 갈아서 포카리에 넣고
잘 흔든 다음 마지막 담배를 한대 피우고
꿀꺽꿀꺽 마셨지
그리고 자리에 누웠어
영화나 소설 보면 수면제 먹고 자살할때
가만히 잠들면서 죽자나
그런걸 상상했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말똥말똥
하더라
잉? 뭐지? 난 수면제가 안받는 체질인가?
별 잡생각을 하면서 뭔가 신체 반응이
오기를 기다리는대 갑자기 오줌이
너무 마려운거야 한 몇시간 참은것 처럼
방광이 터질듯이 마려웠어
에잇 오줌이나 싸고 죽자
몸을 일으키려 하는대
팔 다리 온몸에 아무런 감각이 없는거야
몸을 일으키려면 팔로 바닥을 짚고
몸을 일으켜야 하는대 아무런 감각이 없으니
일어나지를 못하겠는거야
진짜 기어간다 시피 방문까지 어떻게해서
몸을 일으켜서 (그 집은 옜날집이라 방문을 열면 바로 시멘트 바닥 주방이 있는 그런집)
방문에 기대어서 바지를 내리고 소변을
보려다가 뒤를 돌아 봤는대
그 자리에..내가 누워 있더라
(자. 여기서 괜히 딴지 거는 개붕이가 있을까봐
미리 밝혀 두는대 이건 아마 환각 이였던것 같아)
내가 누워 있는걸 보고
무섭거나 그런 기분이 아니라
어? 내가 죽었는가봐? 의외로 쉽네
아무 고통도 없고 편히 죽었네?
그런대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는거지?
이러고 있다 보면 잠시후에 저승사자가
날 데리러 오는건가?
죽으면 다 끝인줄 알았는대
또다른 나는 살아있는거네?
이럴거면 뭐하러 뻘짓을 한걸까?
혹시 내가 자살을 한거라 이렇게
구천을 떠도는 귀신이 되버린건가?
뭐 이런 생각을 했던것 같아
그러다가 뭔가 꿈에서 깨는 느낌이 들었을때
막 울음 소리가 들리고 몸을 막 흔들고
팔 다리 주무르고 소란 스럽더라
희미하게 정신을 차려보니
엄마가 내 손을 붙잡고 울고 있고
아빠랑 이모들이 옆에 서서 울고 있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고
.... 병원 이더라....
이제 정신이 드세요? 하면서 의사가
목구멍에 무슨 관을 밀어 넣는대
하얀 액체를 마구 토해 내고
간호사가 바께스로 그 액체를 담고 있고
뭔가 정신이 없었어
잠시후 조금 정신이 돌아 왔을때
엄마가 그러시더라 ....왜 그랬냐고...
그 말을 듣는순간 정말 짐승처럼 울었어
죄송함과 쪽팔림과 서러움과 죄책감과....
내또래 간호사 두명도 함께 울음이 터져서
막 울고 작은 병원 이였는대 순간
응급실이 울음 바다가 됐지...
자 여기까지가 자살 경험담이고
기묘한 인연에 대해 써볼까
내가 누누히 말했지만
나는 그 집에 혼자 살았고
누구와도 연락 없이 혼자 지냈어
그 집에 찿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고
나라는 사람이 그 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오직 단 한명
이사할때 짐을 옮겨주었던 그 동생
그 동생과는 사적인 연락을 할만한 사이도
아니였고 그냥 그때 퇴사전 내가
염치 없이 부탁 해서 자동차로 짐 한번 옮겨
주었고 그 전에도 그 이후로도
사적인 연락 한번 할만한 사이가 아니였어
그런대 내가 자살한 그날
인천에 살던 그 동생이
오래간만에 서울에와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가려고 하니
운전하기가 좀 그래서
근처 찜질방을 찾고 있었대
그러다가 어쩌다 보니 예전에 이삿짐 옮겨
줬던 그 형이 문득 생각이 났고 마침
그 동네길래 그냥 심심풀이 삼아
기억을 더듬어서 그 달동네 골목골목
기억을 더듬어서 한번 들러봤대
인적도 없는 그런 동네에서 자기도
무슨 정신으로 왔던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그냥 재미 삼아 깜짝 이벤트 겸
헤메다가 집을 딱 찿은 순간 너무 기뻤대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ㅇㅇ형~ ㅇㅇ형 계세요?
하면서 딱 들어 서는대
시멘트 바닥 부엌에 내가 쓰러져 있는걸
발견 한거지
놀래서 119에 신고 했고
병원에 실려온 내가 비몽사몽으로
엄마한테 연락해 달라고 집전화 번호 부르면서
살려달라고 별 민망한 지랄을 다 했나봐 ㅠㅠ
나중에 의사가 하는말이
요즘 수면제는 몇백알 먹어도 안죽는다고
다만 뇌에 이상이 생기거나 속버릴수
있으니 앞으로 정신 차리고 살으라고
충고 해주시더라
정말 그 동생 아니였으면
난 어찌 됐을지
사람 목숨 쉽게 안죽는거라고
살놈은 산다는걸 정말 깊이 느꼈던
경험 이였어
그 산꼭대기 집에 내가 살고 있다는걸
알고 있는 유일한 한 사람
별로 친분도 없던 그 동생
정말 신기했어
한 이삼일 입원해 퇴원했는대
정말 거짓말처럼 막 자신감이 생기고
삶에 의욕이 생기더라
그 이후로는 삶이 잘 풀리고
매사 밝고 신나게 잘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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